유명 작가와 스타를 방에서 만나게 해주는 남경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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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와 스타를 방에서 만나게 해주는 남경민 작가
  • 편완식 기자
  • 승인 2022.06.25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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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조사로 구성한 공간서 경쾌한 에너지 "이것이 미술의 힘"
7월 12일까지 이화익갤러리 개인전. .. 잘 그리는 작가로 정평

[서울 =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남경민 작가에게는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쩌면 작가에게 중언부언하는 꼴이지만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화력이 대단하다는 얘기다. 7월 12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남경민 작가의 개인전 ‘스타의 방 그리고 화가의 작업실’전에서는 작가가 동경해왔던 대가들의 작업실을 재현해낸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와 더불어 새롭게 시도해본 시대의 여성 아이콘들의 공간을 구현해낸 ‘스타의 방’ 시리즈, 그리고 작가의 내면을 서사적으로 표현한 ‘사유의 풍경’ 시리즈들을 보여준다.

작업실(방)풍경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남경민 작가
작업실(방)풍경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남경민 작가

작가에게 작업의 키워드는 ‘방’이다. 작가에겐 작업방으로서의 작업실이다. 벨라스케스,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모네 등 서양 유명 화가들의 작업실 풍경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재클린 등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들의 사적인 방이 그림에 초대되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방의 주인공들에 대해 직접 탐구하고 조사하여 수집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작업을 했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구성해낸 화면들이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림속에 여러장치들을 심어놓아 (창문 밖 혹은 거울 속 등) 실제 공간 그대로를 표현한 실내 풍경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이 함께 공존하는 듯하다. 폭이 2m 가 넘는 캔버스를 이어 만든 대형 작품은 보는 이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이애나의 침실
다이애나의 침실

“방은 삶의 공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방은 인간 존재의 무대다.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이고 독자적인 단위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랑을 하고, 자신과 맞닥뜨리며 삶을 재구성한다.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에게서 방은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창 같은 존재라 하겠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과 유명 작가들의 작업실, 유명 여성들의 방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내면과의 끊임없는 소통의 여정이라 하겠다.

“그림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며, 보는 이의 마음에 맞게 다채롭고 폭 넓은 해석으로 열려있기를 희망한다. 지금, 이 순간의 의식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나고 상상하는 것, 더 큰 세계를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을 그림은 가능하게 해준다. 내가 그린 그림이 감상자의 다양한 열린 결말과 해석으로 풍부해짐을 기대하는 일은 작가로서 매우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벨라스케스 작업실-피카소와 조우하다
벨라스케스 작업실-피카소와 마주하다

작가는 현재 평촌 작업실에서 붓을 들고 있다. 반복적인 작업과 집중은 때론 피로감을 주지만 흡족한 작업의 성과를 누리는 날은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누군가 곁에 다가와도 모를 집중력과 몰입으로 자기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창작 생활은, 내가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으로 삶을 살아가게 해준다. 이 생활은 캔버스 속으로 깊이 들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이기에 가능하다. 특히 몰입의 순간은 신과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고 기쁨을 느낀다”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무언가를 사랑하고 몰입할 때 자신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고 느낀다.

“심신의 고달픔을 심하게 겪고 난 후 내 작업 행위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매일 같은 날의 연속인 듯한 하루하루는 내 앞의 달라져가는 그림으로 어제가 오늘과 같지 않음을,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은 나아질 것임을 무언으로 알려주었다. 지속성과 연속성이 주는 선물의 비밀을 몸으로 체득한 것은 큰 축복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를 격으면서 자신을 깊고 넓게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오드리 헵번의 개인사가 행복하지 못한 것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마릴린 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 재클린의 사적인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세기의 아이콘이 된 그들은 거대한 스타가 되고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녀들 삶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에 질문을 던졌다.

“스타의 화려함 이면, 숨겨진 베일 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고 그녀들의 방을 그리게 되었다. 헵번과 먼로는 굉장한 독서광이었다. 먼로가 죽고 난 후 그녀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그녀의 독서 수준에 놀라게 한다. 이 두 여성의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사적인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나는 나의 작품에서 이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것은 평화와 자유, 사랑, 가벼움과 홀가분함의 추구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한 나도 왠지 모를 야릇한 인간적인 일체감을 느꼈다. 코로나 속에서 자유가 자유가 아님을, 함께가 당연함이 아님을, 함께여도 그 전과는 다른 희생과 지혜가 필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는 먼로와 다이애나가 사적인 평화와 내적인 몰입에 좀 더 충실했더라면, 단 한 사람의 결핍된 사랑이 채워지길 갈망하며 쓸쓸히 삶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언한다.

르누아르 작업실
르누아르 작업실

“헵번과 테레사 수녀의 방에서는 물적인 열망을 배제하고 싶었다. 그녀들의 삶이 그 사실을 일깨워 주기에.... 헵번은 세 번의 결핍된 결혼생활의 실패를 딛고, 오히려 아프리카 등을 찾아가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갔기에 우리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헵번의 방은 스타 이면의 개인사를 캔버스 세 폭으로 나눠 유년, 청년, 노년으로 나누어 고요한 내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는 어느날 작업실에 들어섰는데 그날따라 생경하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렌즈로 확대해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작업실 풍경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됐다.

“작업실 곳곳에 놓인 물감과 작업 기물들, 내 취향을 보여주는 음악 앨범과 책, 포스터, 나의 그림, 내가 아끼는 물건들은 작가인 나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네, 벨라스케스, 르누아르, 모딜리아니의 작업실도 그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그들의 작업실 자료를 찾아보며, 또는 상상으로 화가의 작업실은 그려졌다. 그림 안에서 이들과 대면하고 조우하는 일은 생생한 즐거움과 흥미로움을 준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나비의 흐름은 대가들과 이어주는 매개체인 동시에 작가의 자의식을 상징하는 의식의 흐름이다.

오드리 햅번의 방
오드리 헵번의 방

“어느 날, 작업실 소파에 앉아 잠시 잠들었던 꿈에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가 옆집에 살고 있는 이웃이었다. 그래서 그리게 된 그림이 베르메르의 작업실인 ‘베르메르에 의한 환영’이다. 돌이켜보면 화가의 작업실 시리즈에 온 마음과 에너지를 다해 열정을 쏟았고 깊이 매료되었다.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은 ‘라스 메니나스-시녀들’에 대한 나의 애정을 오마주 한 작품이다. 동시대 사람이 아니었지만, 피카소 역시 벨라스케스를 흠모했던 사실과 나의 마음이 일치했기에 두 거장을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에서 만나게 해주었다. 나의 작업실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모네의 작품은 작가가 된 후 세월이 갈수록 더욱 애정과 마음이 간다. 그의 화풍은 보는 이가 순수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재기 발랄함과 순수한 에너지로 가득 차 나를 매료시킨다. 이번 전시에서 모네 작품을 배경으로 나비들이 공기 중으로 부유하듯 오르는 작품도 새롭게 선보인다”

그의 그림을 통해서 벨라스케스, 르누아르, 모딜리아니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영혼과 온전히 소통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림을 그려본 사람은 안다. 어떤 그림은 바로 그 사람을 말해 준다는 것을, 그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도 그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에너지가 있음을, 그 세상 안으로 언제든 들어가 즐길 수 있음을, 지친 우리의 삶과 단조로움을 생기와 소소한 행복으로 이끄는 힘이 예술에는 분명히 있다.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 역시 그림을 통해 이처럼 밝은 사색의 에너지로 대가들과 만나고 소통하면 좋겠다.”

그의 작품엔 상징과 은유의 알레고리가 깔려 있다.

“내 그림에서 나비는 영혼의 매개체이다. 나비는 히브리어로 예언자의 뜻을 지닌 영적인 곤충이다. 유럽 어딘가에선 나비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고도 하는데 그 자그마하고 가녀린 몸체가 물적, 영적으로 인간사에 풍부한 영향을 준다는 것에 가히 신비스럽기 그지없다. 나비를 그릴 때 나의 몸이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짐을 느끼는 이유는 그래서일까, 나비를 작품의 마무리 단계에서 그려서 일까, 하얀 나비를 한 마리씩 그리며 느끼는 자유로움은 분명 심적인 가벼운 느낌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다. 마치 나의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한 작품의 마무리에서 캔버스 위로 날아오른 부유하는 나비를 그리며 화면의 생동감은 고조된다”

초와 병, 모래시계, 거울 등도 그의 그림에서 마주하게 된다.

화가의 서재와  정원
화가의 서재와 정원

“깨지기 쉬운 투명병은 상처받기 쉬운 예술가의 섬세한 자의식을, 막 꺼진 초와 타오르는 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면서 영원성을, 모래시계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소멸과 동시에 영속성을 은유한다. 거울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도구를, 해골은 바니타스의 의미이면서 지금 여기에서 충실하고 행복하기를 보여준다. 그림 속의 의자는 인물의 페르소나이면서, 그의 부재를 상징하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부러진 날개는 못이룬 꿈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상징적 표현에 감상자를 가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림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것은 감상자의 몫이며, 보는 이의 마음에 맞게 다채롭고 폭 넓은 해석으로 열려있기를 희망한다. 지금, 이 순간의 의식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와 만나고 상상하는 것, 열린 마음으로 더 큰 세계로 다가가는 것을 그림은 가능하게 해준다. 내가 그린 그림이 감상자의 다양한 열린 결말과 해석으로 더욱 풍부 해짐을 기대하는 것은 작가로서 매우 즐겁고 설레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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