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칼럼] 대통령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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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칼럼] 대통령의 품격
  • 김덕권
  • 승인 2021.11.17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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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각하! 아들이 전방부대에서 총기사고로 죽어갑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한 병사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정이었는데, 대통령은 황급히 군용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세부의 상공에서 비행기 사고로 운명했다는 비보가 들려왔습니다. 그 분이 ‘대통령의 격’을 제대로 갖춘 ‘라몬 막사이사이(Ramon Magsaysay : 1907~1957)’ 필리핀 대통령! 필리핀 국민들의 영웅이며 우상이었습니다.

일본이 필리핀을 침략했을 때, 그는 자원입대 하였습니다. 비록 전쟁에서는 졌지만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그는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막사이사이가 이끄는 게릴라 부대는 항상 사기가 넘쳤습니다.

1946년 그가 처음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였을 때, 옛날 게릴라부대 동료대원들이 선거운동에 필요한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보태 쓰라면서 성금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호의는 좋으나 이는 결코 나를 돕는 길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퀴리노 대통령이 그를 국방부장관으로 임명하자, 그는 암살 위험을 무릅쓰고 공산당 지도자들과 담판을 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공산당 조직을 와해시켜 버렸습니다.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패한 군인들을 처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직과 헌신으로 나라에 봉사하는 군인들에게는 보상을 충분히 하고 군을 정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공산 게릴라 단체인 후크단도 대대적으로 토벌 하였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에 관용차인 크라이슬러 리무진을 이용하지 않고, 중고차를 빌려서 타고 입장할 정도로 검소했습니다. 반대파들이 무식하다고 비판하면 “나는 책으로 정치를 하지 않습니다. 오직 인격으로 정치를 합니다.” 라고 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거처하는 말라카냔 궁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여 서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찾아와 그들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대통령 임기 중에는 그의 가족과 측근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전임자들과 달리 도로, 교량 및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는 대통령 신분이면서도 반대파 인사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애국심에 호소하였습니다. 또 대화로 설득 하였습니다.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농지개혁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공직사회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공직자 재산공개를 시행 하였습니다.

마침내 막사이사이 대통령의 영도력으로 필리핀은 아시아 제 2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사고로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필리핀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의 경제선진 대국 자리에서 내려와 추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대선정국입니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진영에서 누구를 막론하도 한 쪽에 치우쳐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품격’을 지닌 지도자를 모실 복(福)이 없는 것일까요?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값싼 물건이나 보잘 것 없는 음식을 일컫는 옛 속담이지요. 충북 제천의 ‘봉양면’과 ‘백운 면’사이 고개인 ‘박달재’는 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지이었습니다. 그런데 ‘박달재’ 근처 산골 마을엔 주로과거 보러가던 선비들이 들렀던 작은 주막이 있었습니다.

이 ‘박달재’ 주막의 주모는 하룻밤 묵고 길 떠나는 선비들에게 늘 보자기에 싼 무엇 인가를 주었습니다. 선물을 받은 선비들이 “싼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모는 “싼 것은 비지떡입니다. 가다가 배가 출출할 때 드세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즉, 이 말은 ‘보자기에 싼 것이 콩비지로 만든 떡’입니다. 라는 의미가 담긴 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비지떡’은 두부 만들 때 나오는 비지에 쌀가루 넣고 소금 간을 해서 빈대떡처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싼 게 비지떡’은 본래의 의미와 달리 지금은 하찮은 물건을 이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마치 오늘날 대선후보들이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은 그 <비지떡>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남을 위해 배려하고 포용하는 ‘라몬 막사이사이’ 필리핀 대통령과 같이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지도자는 정녕 없는 것인가요?

좋은 생각에 좋은 생각을 더하면 복이 됩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납니다.’ 이것이 만고에 빛나는 인과응보의 진리입니다. 옛날에는 전생에 지은 과보(果報)를 이생에서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스피드 시대라 이생에서 지은 선업(善業)이든, 악업(惡業)이든 내생까지 가져갈 것이 없습니다. 이생에서 지은 선악업보는 다 이생에서 받고 갑니다. 이렇게 인과의 진리는 무서운 것입니다.

진정한 대통령의 품격을 갖춘 그런 지도자를 갈망(渴望)하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 아닐 런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11월 1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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