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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가 평온하고 행복한 낙원이라면...극단 돌파구의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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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가 평온하고 행복한 낙원이라면...극단 돌파구의 "순교"
  • 권애진 기자
  • 승인 2021.10.2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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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무대사진 | 무대 위에는 '의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가운데 4개의 의자 그리고 그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싼 28개의 의자에는 중간 중간 4개의 팜플렛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작은 연회장에 초대받은 24명의 관객들은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상상 속 연극을 함께 만들어냈다. /(사진=Aejin Kwoun)
"순교" 무대사진 | 무대 위에는 '의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가운데 4개의 의자 그리고 그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싼 28개의 의자에는 중간 중간 4개의 팜플렛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작은 연회장에 초대받은 24명의 관객들은 무대 위 배우들과 함께 상상 속 연극을 함께 만들어냈다. /(사진=Aejin Kwoun)

[서울=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믿음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SF 작가 호시 신이치의 작품 “순교”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홍익대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 죽음이 도처에 있는 시대에 질문을 던졌다. 발표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지금에 와서도 허무맹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현실에만 안착한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가 과학과 SF를 꾸준히 탐구하고 있는 극단 돌파구와 만나 무대 위에 펼쳐졌다.

“순교” 공연사진 |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순교” 공연사진 | 박사의 초대에 응한 이들 앞으로 그들을 초대한 박사는 ‘영적 세계에 있는 자들과 통신할 수 있는 기계'를 공개한다. 빛 줄기 속 기계를 묘사하는 대사와 그들의 표정 속에 그리고 관객들의 상상속에 기계는 각각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일본을 대표하는 SF 소설가이자 단편 소설보다 짧은 ‘쇼트-쇼트’ 형식의 개척자 호시 신이치의 작품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기묘한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통해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경쾌하고 풍자적이기에 가볍고 부담 없어 읽기에 편하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게 치부해버릴 수 없는 그의 몇몇 단편집은 세계 300여 개국으로 번역 출판되었고 2013년부터 일본 니케이 신문사에서는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일본어로 쓰인 SF소설 중 가장 크게 사랑받은 작품을 선정하여 ‘호시 신이치 문학상’을 수여하고 있다.

“순교” 공연사진 |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순교” 공연사진 | 아내 도리코의 부름에 응한것일까? 갑작스런 그의 선택에 모두 놀람을 금치 못한다.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2006년 연극 ‘고요’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극단 돌파구 대표인 전인철 연출가는 2011년 탈북 여성의 시각에서 남한의 모습을 그려낸 ‘목란언니’를 통해 연출가로서 큰 주목을 받았고, 오랜 동료인 극작가 김은성과 호흡을 맞춘 ‘순우삼촌’, ‘시동라사’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특히 2017년 직접 각색, 연출한 ‘나는 살인자입니다’는 제54회 동아연극상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순교” 공연사진 |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순교” 공연사진 | 빛의 너울 같은 장막 아래 어둠 속 빛줄기를 향한 시선...그들의 시선과 별 다를바 없는 의심과 경악. 우리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관객과 배우가 상호작용하면서 관객의 역할이 확장되는 공연을 만들고자 했던 작품 “순교”는 제목의 의미대로 대의를 위한 ‘죽음’을 다루지만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고 전인철 연출은 이야기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낙원과 같은 평온함과 행복감을 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의 삶을 이어갈까, 아니면 죽음을 택할까?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순교” 공연사진 |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순교” 공연사진 | 대사와 표정만으로 오롯이 무대를 채워나가는 배우들은 그들의 에너지로 상상의 무대를 만들어간다.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처음에 제대로 된 학자가 이를 부정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절대 단언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형시켜 버리는 매스컴을 거쳐 대중에게 전달되는 사이, 그것은 ‘학자의 묵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게다가 기회를 잡는 데 민첩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몸에 밴 이름뿐인 학자들도 여럿 있게 마련이다. 이들은 붐이 일어나면 조건 반사적으로 맞장구를 친다.

-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31 "최후의 지구인" 속 “순교” 중 -

“순교” 공연사진 |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순교” 공연사진 | 강렬한 빛줄기를 맞으며 뒤를 한번씩 돌아보는 그들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오창동, 극단돌파구)

아래는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 “순교”의 전인철 연출과 짧은 인터뷰이다.

의자만이 배치된 무대 그리고 대사를 통해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강렬했던 이번 공연에서 무대화하면서 있었을 고민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나는 살인자입니다’를 공연할 때는 화려한 하이그로시 무대와 영상 그리고 배우의 움직임으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제가 ‘순교’의 원작 텍스트를 많이 좋아했고, 전작과는 다른 표현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대 위에 환영을 만드는 대신 제가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순간들을 관객도 머릿속으로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소설 텍스트의 이미지를, 발화하는 배우를 통해서 관객이 상상하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배우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소설의 이미지를 머리에 잘 그리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발화를 통해 무대 위에 이미지가 존재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연극은 관객의 머릿속에서 완성됩니다.

표정과 톤으로 온전히 느낌을 전달하는 배우들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듯했습니다. 디렉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이 특별히 있었을까요? 그리고 강렬했던 빛의 너울 같던 조명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이야기가 관객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대 위에 구체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해서는 않아야 합니다. 모든 게 상상이어야겠지요. 사람이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죽음부터 해결해야 했습니다. 죽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죽음을 표현하는 게 작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불러오는 기계의 존재가 필요했습니다.

공연에서 보신 조명기는 퍼넬이라는 종류의 조명기로. 옆에 있는 조명기들보다 다섯 배 더 강하고 무거운 빛을 뿜어내는 장치입니다. 이 극장에 없어서, 외부에서 대여하여 사용했습니다.

소리와 빛으로 이루어질 공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기계를 표현할 빛을 뿜어낼 조명기를 조명감독님과 오랜 회의 끝에 결정하였습니다. 요즘 극장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 장치입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올해 2월에 진행되었던 돌파구우주극장 SF낭독극 공연 중 "순교" 외 다른 작품들도 본공연 예정일지 궁금합니다.

함께 낭독공연했던 다른 에피소드들도 공연하고 싶습니다. 아주 멋진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호시 신이치 작가님의 작품은 무대화하기 몹시 어렵습니다.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순교"를 함께 만든 사람들_영상(정병목), 조명(최보윤), 의상(김우성), 조명어시스턴트(최인수), 음악(박민수), 조명오퍼레이터(김유림), 연출(전인철), 조연출(황성현), 배우(오해영, 박희정, 김영노, 정다함) /(사진=Aejin Kwoun)
"순교"를 함께 만든 사람들_영상(정병목), 조명(최보윤), 의상(김우성), 조명어시스턴트(최인수), 음악(박민수), 조명오퍼레이터(김유림), 연출(전인철), 조연출(황성현), 배우(오해영, 박희정, 김영노, 정다함) /(사진=Aejin Kwoun)

연극 형식에 대한 실험으로 관객들이 무대에서 쉽게 접하지 못할 작품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연극적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극단 돌파구’는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들과 인간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소통을 하고 있다. 한두 시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작가와 연출 배우 그리고 스텝들의 해석과 노력이 담뿍 담긴 작품의 매력을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들의 에너지로 느끼고, 어쩌면 알지 못했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세상을 들여다보는 연극은 무대 위 예술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다 여기기에 극단 돌파구의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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