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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 처럼 다차원 공간을 여는 양순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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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망원경' 처럼 다차원 공간을 여는 양순열 작가
29일까지 인디프레스 갤러리서 ’玄玄"시리즈 전시
"불경과 현대물리학은 나의 예술적 상상력의 자원"
  • 편완식 기자
  • 승인 2021.09.09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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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 열린공간을 화폭으로 환기시켜주고 있는 양순열 작가
다차원 열린공간을 화폭으로 환기시켜주고 있는 양순열 작가

[서울=뉴스프리존]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회화의 역사는 2차원 평면에 다차원의 공간을 담아내는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네상스부터 인상파까지 근대 화가들의 가장 큰 임무는 인간의 시각 경험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었다. 원근법과 명암법을 통해 2차원 평면에 3차원을 구현하는 것이 근대 미술의 가장 큰 특징이 되었다. 20세기 초의 입체주의부터 추상미술까지 현대 미술의 관심은 점, 선, 면과 색채라는 회화의 기본요소를 가지고 2차원 평면에 3차원을 넘어서는 열린 차원(다차원)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29일까지 인디프레스 갤러리에서 ’玄玄(현묘하고 심오함)’을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양순열 작가의 작업도 이런 맥락에 충실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감하게 화면 바탕을 검은색으로 구사하여 우주적인 공간감을 보여주고 있다. 검은 화면속 원형의 추상적 조형은 소우주적 존재들을 연상시킨다.

“동양화를 전공한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화폭에 먹선을 굿는 순간 무한공간의 여백이 열리게 된다. 공간에 대한 천착은 자연스레 현대물리학에 빠져들게 했다.”

그는 10년전부터 이런 작업을 조금씩 넓혀가기 시작했다. 늦둥이 딸로 가장 큰 의지처였던 친정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면서 빈자리가 너무 컸다. 근원적 의지처를 찾다보니 종교(불교)와 진리(물리학)에 몰입하게 됐다.

“이런 것들을 화폭에 펼쳐내고 싶었다. 玄玄(현현)시리즈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요즘도 붓과 책을 동시에 가까이 하고 있다. 불경과 물리학이 예술적 상상력의 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이론 물리학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여분 차원(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4차원보다 높은 고차원 세계)'의 물리학을 소개하는 하버드대 이론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책 ‘숨겨진 우주(Warped Passages)’는 요즘 내게 많은 상상력을 선사해 주고 있다. 내 화폭의 기본설계도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그는 세계를 이루고 있는 차원의 수는 우리 눈에 보이는 4개의 차원(공간 차원 3 + 시간 차원 1)이 아니라 5개 혹은 10개 또는 무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 입자쌍이 갑자기 나타나 정체불명의 상호 작용을 하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시시때때로 벌어지고, 5차원의 물체가 4차원 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워 4차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이론 물리학자들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최대 난제는 왜 중력이 다른 세 가지 기본 힘들에 비해 엄청나게 약하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핀 위에 아주 작은 자석을 가져다 대어도 옷핀이 지구 표면에서 떨어져 자석에 달라붙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지구의 중력보다 아주 작은 자석이 자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랜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세계가 일종의 막처럼 생긴 물체에 매달려 있는 물방울과 비슷하다고 여긴다. 그 안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입자들과 전자기력,약력, 강력은 포함되어 있지만 중력은 우리 4차원 세계가 아니라 4차원 막을 둘러싸고 있는 5차원 세계에 속한 힘이라 4차원 세계에는 아주 약한 영향만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간에 대한 형상화에 천자문 첫 번째 구절 천지현황(天地玄黃)을 모토로 삼고 있다. 하늘의 빛을 검다는 현색(玄色)으로 표현한 것은 하늘이 끝이 없고 아득하여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玄'의 원뜻 또한 보이지 않는 '가물거리다'는 뜻이다. 현묘하고 심오한 현현(玄玄)의 세계다.

“불교 화엄사상의 철학적 구조인 법계연기(法界緣起)를 떠올리게 해준다.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사상이다. 불법에 의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 가장 뛰어난 불가사의(不可思議)라 한다. 그래서 깨달음의 경지를 일러 불가사의한 경지라고 한다. 불가사의는 한자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수의 단위이기도 하다. 본래 불교에서 말로 표현하거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오묘한 이치 또는 가르침을 뜻한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상태를 일컫기도 한다. 불가사의는 한불가사의는 그 값이 무량대수보다 적은 수이지만 수리적으로는 10에 64승을 뜻한다. 아마도 다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언저리쯤으로 이해된다.”

사실 평면은 공간과 맞닿아 있고, 공간이 없다면 평면을 인식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설계도면이 건축물이 되고, 오선지 위의 음표가 장엄한 교향곡으로 울려 퍼지듯이 각각의 차원들은 인드라망(The Net of Indra)의 구슬처럼 서로 연결합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제페토나 메타버스도 결국은 2차원 평면 모니터에 구현된 4차원의 착시라고 할 수 있고, 리사 랜들이 ‘숨겨진 우주’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한 5차원도 2차원 평면에 구현된 3차원적 환영으로만 증명할 수 있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그 속에서 시간과 공간은 서로 굴절되고 접합하며 영원히 새로운 사물과 차원을 형성해 나갈 뿐입니다. 그렇기에 고정불변의 독립된 자아나 사물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우주는 그 자체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생명공동체이며 인간은 자연의 극히 작은 일부일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이성이 연결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우주적 종교’를 통각 했노라고 고백했다.

평론가 윤재갑은 “결코 깨달을 수 없음을 깨달으려는 것처럼, 양순열 작가는 2차원 평면에 결코 그릴 수 없는 것을 그리고 있다. 양순열과 리사 랜들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양순열의 ‘玄玄’ 작업은 항상 이 점을 일깨운다. 이런 점에서 리사 랜들과 양순열은 마치 같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향해 의식의 전부를 열어놓고 있는 허블 망 원경 같은 사람들”이라고 평했다. 양순열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학고재 전속작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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